산재를 신청해 두고 치료를 시작하면, 몸보다 먼저 계산기가 돌아갑니다. 승인이 나기 전까지 병원비는 누가 내는지, 승인이 나면 정말 한 푼도 안 내는 것인지, 이미 건강보험으로 결제한 돈은 어떻게 되는지. 창구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이 대개 이 언저리입니다.
요양급여는 산재보험 기준이 인정하는 치료비를 공단이 부담하는 급여입니다. 건강보험에서 비급여였던 비용도 산재 기준에 따라 인정될 수 있지만, 모든 치료비가 자동으로 무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구분은 산재 요양급여 산정기준 제2조·제4조·제5조·제9조에 따릅니다. 공단의 부담 범위와 승인 전에 낸 돈을 정산하는 순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Contents 목차 07 SECTIONS
법이 정한 요양급여의 범위, 여덟 가지
요양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치료비 성격의 급여입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제1항). 원칙은 현물 지급입니다. 돈을 먼저 받아 치료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그 비용을 공단이 병원에 지급하는 구조지요(제40조 제2항).
법이 정한 범위는 여덟 가지입니다(제40조 제4항).
- 진찰 및 검사
- 외래·입원 진료와 각종 검사
- 약제 또는 진료재료와 의지·보조기
- 약값, 치료에 쓰는 재료, 의족·의수 등 보조기 지급
- 처치, 수술, 그 밖의 치료
- 수술과 각종 처치
- 재활치료
- 기능 회복을 위한 치료
- 입원
- 병실 입원 진료
- 간호 및 간병
- 간호와 간병에 드는 비용
- 이송
- 치료를 위한 이송 비용
-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 위에 담기지 않은 항목을 시행규칙이 보충
여기서 하나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3일 이내의 요양으로 나을 수 있는 부상이나 질병은 요양급여 대상이 아닙니다(제40조 제3항). 가벼운 찰과상처럼 며칠이면 낫는 경우인데, 이때는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게 요양보상 책임을 지우고 있어(근로기준법 제78조) 회사가 치료비를 처리하는 것이 법의 설계와 어긋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선을 훌쩍 넘는 부상까지 공상으로 덮으려 할 때입니다. 그 경계는 산재 처리 vs 공상 처리,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잃게 되나요?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내게 되나요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요양급여의 금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는 법이 건강보험 쪽 기준을 빌려 씁니다. 요양급여의 범위나 비용의 산정 기준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따르고, 건강보험 기준이 근로자 보호에 부적당하거나 아예 규정이 없는 항목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 산정기준」이 따로 정합니다(법 제40조 제5항, 시행규칙 제10조).
건강보험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본인부담률입니다. 건강보험에는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환자가 내는 본인 일부 부담금이 있지만, 산재 요양급여에는 그런 정률 부담이 없습니다. 산재 요양급여의 범위와 비용산정기준에 해당하는 비용은 공단이 부담하며, 의료기관이 그 비용을 근로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됩니다(산정기준 제9조 제1항).
그렇다면 왜 산재 환자도 창구에서 계산을 하게 될까요. 산재 기준에서도 인정되지 않는 비용이 있거나, 승인·정산 전 본인이 먼저 낸 금액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수증의 ‘비급여’ 표기만으로 최종 부담을 판단하지 말고, 어느 보험 기준에서 제외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보험에서는 안 되는데 산재에서는 되는 것
의외로 덜 알려진 대목입니다. 산정기준은 건강보험에서 정하지 않은 항목 가운데 산재에서 추가로 인정하는 것들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산정기준 제4조 제2항).
- 치과보철
- 재활보조기구, 그 처방·검수료
- 화상환자에게 쓰는 약제와 치료재료
- 한방 첩약과 검사료
- 이송료, 치료보조기구
업무 중 사고로 치아를 잃은 경우의 보철처럼 건강보험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비용도 산재에서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항목명만 같으면 전액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별표의 재료·횟수·금액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건강보험 인정기준을 초과해 전액 부담했던 부분도 산재 진료에 필요하면 인정할 수 있습니다(산정기준 제2조 제2항).
산재에서도 안 되는 것
반대쪽도 분명합니다(산정기준 제5조).
- 치료 목적이 아닌 진료·투약
-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의 치료와 무관한 진료는 대상이 아닙니다
- 인정 근거가 없는 항목
- 건강보험 기준뿐 아니라 산재 별도 기준과 추가 인정 여부까지 확인합니다
- 상급병실 사용료
- 원칙적으로 제외됩니다
고시에 항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인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산정기준 제4조 제4항은 공단 이사장이 산재 진료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항목·비용을 추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이 규정이 환자가 선택한 모든 치료의 지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급병실은 두 가지 예외를 나눠 봅니다
고용노동부고시 제2025-93호 원문의 제5조 제3호는 다음 두 경우를 구분합니다. 아래는 2026년 1월 1일 시행 기준이며, 시행 전 요양에는 종전 기준이 적용됩니다.
첫째, 종합병원 이상에서 일반병실이 없는 경우입니다. 응급진료·수술 등으로 입원요양이 필요한데 일반병실이 없어 부득이 1인실을 사용했다면 7일 범위에서 인정합니다. 사용 도중 1인실을 제외한 일반병실이 생겼는데도 옮기지 않은 경우에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실을 사용했다면 특실 요금 전액이 아니라 상급병실인 1인실 비용 기준으로 인정합니다.
둘째,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집중치료실이 없거나 병상이 없는 경우입니다. 증상이 위중해 절대 안정과 의사·간호사의 상시 관찰 및 수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지만, 중환자실·격리실 등 집중치료실이 없거나 여유 병상이 없어 불가피하게 상급병실을 쓴 경우입니다. 이 나목에는 가목의 7일 제한이 별도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간 제한 없이 자동 인정된다는 뜻도 아니며, 해당 요건과 사용 필요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승인 전 병원비, 세 갈래로 갈립니다
산재 신청서를 냈다고 다음 날부터 산재로 진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단의 결정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에도 치료는 계속됩니다. 이 기간의 병원비는 보통 세 갈래로 처리됩니다.
첫째는 건강보험으로 먼저 진료를 받는 방법입니다. 법이 명시적으로 열어 둔 길입니다.
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공단이 요양급여에 관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고,
“본인 일부 부담금을 산재보험 의료기관에 납부한 후에 이 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권자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 납부한 본인 일부 부담금 중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단에 청구할 수 있다”
고 정하고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2조(건강보험의 우선 적용)
둘째는 본인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방법, 셋째는 회사가 대납해 두는 방법입니다. 어느 쪽이든 산재로 인정된 치료인지, 비용 기준을 충족하는지와 실제 부담 내역을 확인해 정산합니다.
사실 저도 병원 원무과에서 산재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 대목에서 “지금 건강보험으로 하면 나중에 산재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을 자주 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으로 먼저 진료를 받는 것은 법이 예정해 둔 순서이고, 승인이 나면 그때 정산으로 되돌립니다. 오히려 승인이 늦어지는 동안 비용을 모두 감당하다 치료를 띄엄띄엄 받게 되는 편이 더 아쉽습니다.
승인 후, 낸 돈을 되돌리는 절차
승인 결정이 나면 그 시점 이전에 본인이 부담한 치료비를 한 번에 청구합니다. 쓰는 서식은 본인부담 치료비 청구서(별지 제10호 서식)로, 서식 위쪽에 ‘요양비’와 ‘본인부담금확인’ 두 칸이 있어 해당하는 쪽에 표시해 한 장으로 씁니다.
- 1서류 모으기영수증을 챙기고, 병원비는 진료비 상세내역서를, 약국 약제비는 처방전을 함께 받아 둡니다
- 2청구서 작성본인부담 치료비 청구서에 입원·통원 기간과 청구 금액, 받을 계좌를 적습니다
- 3제출치료받은 의료기관 소재지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냅니다. 처리기한은 10일입니다
- 4결정과 지급공단이 심사해 지급을 결정하고, 산재로 인정된 범위의 금액이 현금으로 지급됩니다
서식에는 위임장 란이 함께 있습니다. 여기에 서명하시면 치료받은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로 대신 제출해 줍니다. 병원 창구에 산재 담당자가 있다면 굳이 지사를 직접 찾아가지 않으셔도 되는 셈입니다.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았던 경우에는 병원 쪽에서도 정리할 일이 생깁니다. 이미 건강보험으로 청구한 진료비를 취소하고 근로복지공단으로 다시 청구하는 절차인데, 이건 원무과가 하는 일이라 환자분이 직접 하실 것은 없습니다. 환자분 몫은 본인이 창구에서 냈던 금액을 청구하는 것까지입니다.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그때그때 챙겨 두시라는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몇 달치를 한꺼번에 모으려면 병원마다 다시 발급받아야 하고, 그사이 통원 기록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품이 배로 듭니다.
승인 이후 통상 진료비는 병원이 청구합니다
승인 범위의 통상 진료비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공단에 직접 청구합니다(법 제45조). 근로자가 매 진료비를 반복 청구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별도로 먼저 낸 비용이나 인정되지 않은 항목, 치료 범위가 바뀌는 절차는 확인해야 합니다. ‘한 번 정산하면 더는 할 일이 없다’고 일반화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이 휴업급여와 크게 다릅니다. 휴업급여는 요양 때문에 일하지 못한 기간이 실제로 발생한 뒤 그 기간을 정해 청구합니다. 요양이 계속되는 동안 생활비가 필요하면 새로 발생한 기간을 나누어 추가 청구할 수 있지만, 법에서 반드시 매월 청구하도록 정한 것은 아닙니다. 금액과 계산 방법은 휴업급여, 얼마를 어떻게 받을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대신 요양 기간 중에 챙겨야 할 절차는 따로 있습니다.
- 요양기간 연장
- 주치의가 상병 경과와 치료 예정 기간을 적은 진료계획을 공단에 제출합니다(법 제47조)
- 병원을 옮길 때
- 생활 근거지나 전문 치료 등의 사유가 있으면 다른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전원할 수 있습니다(법 제48조)
- 다친 곳이 더 발견됐을 때
- 요양 중이라면 추가상병에 대한 요양급여를 따로 신청합니다(법 제49조)
- 나았다가 다시 나빠졌을 때
- 치유 후 재발하거나 악화되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재요양을 받을 수 있습니다(법 제51조)
추가상병의 신청 요건과 준비자료, 요양기간 연장·재요양과의 차이는 추가상병 신청 안내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요양기간 연장과 추가상병은 의학적 소견이나 재해와의 관련성을 두고 이견이 생길 수 있는 지점입니다. 진료계획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인정된 기간을, 추가상병이 불승인됐다면 그 상병에 대한 결정 이유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추가상병 불승인만으로 기존에 승인된 상병의 요양까지 모두 끝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심사청구라는 길이 있고, 그 구조는 산재 불승인 받았다면, 불복 경로와 90일 기한부터 살펴보세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요양이 길어지거나 상병 범위를 두고 이견이 반복된다면, 산재를 업으로 다루는 노무사 등 전문가와 함께 짚어 보는 것도 선택지에 두실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산재 승인이 나면 병원비를 한 푼도 안 내나요?
산재보험 지정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응급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회사가 병원비를 대신 내줬는데, 산재 승인이 나면 그 돈은 누가 받나요?
치료가 다 끝난 뒤에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미 낸 치료비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요양급여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산재 기준이 인정하는 치료비는 공단이 부담하고, 승인 전 낸 돈은 그 기준에 맞춰 정산하며, 인정 범위 밖의 비용은 본인 부담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알고 계셔도 창구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훨씬 덜 낯설게 들립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드리면, 영수증을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승인이 날지 안 날지 모르는 시기에는 그 종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승인이 난 뒤에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해주는 것은 결국 그 종이입니다. 치료에 마음을 두시는 동안 챙길 것은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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