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가 입은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며, 업무상 사고·업무상 질병·출퇴근 재해 세 갈래로 나뉩니다. 산재보험법 제5조·제37조
“산재로 인정되려면 ‘업무상 재해’여야 한다”는 말은 어디서나 듣게 되는데, 정작 그 업무상 재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선이 흐릿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작업 중에 다친 것은 그렇다 쳐도, 출장길 사고나 일을 계기로 생긴 병, 출퇴근하다 난 사고는 과연 포함될까. 막상 일이 닥치면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Contents 목차 09 SECTIONS
업무상 재해란 무엇인가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라고 정의합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뜯어보면 두 가지 조건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근로자에게 부상·질병·장해·사망이라는 피해가 생겼을 것, 다른 하나는 그 피해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것일 것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조건, 즉 “일 때문에 생긴 것이 맞는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잣대를 정해 둔 조항이 바로 같은 법 제37조입니다. 이 조항은 업무상 재해를 크게 세 갈래로 나누고, 각 갈래마다 어떤 경우가 인정되는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 법적 정의
-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 (법 제5조 제1호)
- 인정 기준
- 업무상 사고·업무상 질병·출퇴근 재해 (법 제37조)
- 공통 열쇠
- 일과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업무상 재해의 세 가지 유형
제37조 제1항이 정한 세 갈래를 먼저 한눈에 보시겠습니다.
- ① 업무상 사고
- 업무 또는 업무에 따르는 행위 중 발생한 사고
- ② 업무상 질병
- 유해요인·업무상 부상·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된 질병
- ③ 출퇴근 재해
-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또는 통상적인 경로·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의 사고
사고는 보통 발생 시점이 뚜렷하고 질병은 누적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이 법적 구분 기준은 아닙니다. 급성 중독처럼 짧은 노출 뒤 생긴 질병도 있고,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된 후속 질병도 있습니다. 결국 무엇이 원인이었고 어떤 경위로 재해가 생겼는지를 기준으로 갈래를 정합니다.
① 업무상 사고: 업무 또는 그에 따르는 행위 중 생긴 사고
가장 익숙한 유형입니다. 작업 중 기계에 다치거나 넘어져 골절을 입는 경우뿐 아니라 업무를 준비·마무리하거나 업무에 필요한 부수행위를 하던 중의 사고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법 제37조 제1항 제1호와 시행령 제27조부터 제33조는 인정될 수 있는 경위를 구체적으로 나누어 두고 있습니다.
-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다 생긴 사고
-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설비의 결함이나 관리 소홀로 생긴 사고
-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사업장 밖에서 일하던 중(출장 중) 생긴 사고
-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지시한 행사(또는 그 준비) 중 생긴 사고
-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생긴 사고
- 업무상 부상·질병의 요양과 관련한 의료사고나 통원 중 사고
- 담당 업무의 성질 때문에 제3자의 가해를 입은 사고
핵심은 단순히 사고 장소가 회사 안인지가 아니라 사고 당시의 행위가 업무 또는 업무에 필요한 부수행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용변 같은 생리적 필요행위, 업무 준비·마무리, 사업장 안의 돌발사고에 따른 긴급피난·구조행위도 시행령에 들어 있습니다. 행사 사고는 참가 시간이 근무로 인정되었는지, 사업주의 지시·사전 승인 또는 통상적 인정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② 업무상 질병: 일이 원인이 되어 생긴 병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다뤄 생긴 허리·어깨 질환, 유해물질 노출로 생긴 직업병, 과로와 관련된 뇌·심혈관 질환처럼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병이 업무상 질병입니다. 법은 유해·위험요인 노출로 생긴 질병뿐 아니라 업무상 부상에 뒤따른 질병, 직장 내 괴롭힘·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로 생긴 질병, 그 밖의 업무 관련 질병도 포함합니다(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시행령 제34조와 별표 3에 정해져 있습니다. 별표 3은 질병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기준을 두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만 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뇌혈관·심장 질병
- 과로·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뇌출혈·심근경색 등
- 근골격계 질병
- 반복 동작·중량물 취급 등으로 인한 허리·어깨·무릎 질환 등
- 호흡기계 질병·직업성 암
- 분진·석면·발암물질 등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질병
- 신경정신계 질병
-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질병 등
이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생긴 정신적 스트레스 질병도 법에 명시된 유형입니다. 적응장애·우울증 등 진단명만으로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업무상 스트레스와 발병·악화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병원 원무과에서 산재 서류를 공단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데, 사고 건과 질병 건은 준비하는 서류의 부피부터 다릅니다. 사고는 발생 경위가 비교적 분명한 반면, 질병은 의무기록과 검사 자료로 업무와의 연결고리를 차곡차곡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③ 출퇴근 재해: 오가는 길에 생긴 사고
집과 일터를 오가다 난 사고도 산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유형은 역사가 비교적 짧습니다. 예전에는 회사가 제공한 통근버스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다친 경우만 인정했는데, 2016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법이 개정되어, 2018년 1월 1일부터는 대중교통·자가용·도보 등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난 사고도 산재로 인정되기 시작했습니다(법 제37조 제1항 제3호).
- 통상적인 경로
- 거리·시간·교통사정 등을 볼 때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출퇴근 길
- 통상적인 방법
- 대중교통·자가용·도보·자전거 등 일반적인 이동 수단
- 시행 시점
- 통상적인 경로·방법형은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
다만 출퇴근 목적과 관계없이 경로를 벗어나거나(일탈) 이동을 멈추면(중단), 그 사이와 이후의 사고는 원칙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습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른 곳에 들르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법 제37조 제3항과 시행령 제35조는 정해진 생활필요행위로 인한 일탈·중단이면 그 행위 중과 이후의 이동 중 사고도 출퇴근 재해로 볼 수 있게 합니다.
-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는 행위
- 학교·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직업능력 개발·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을 받는 행위
- 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을 행사하는 행위
- 사실상 보호하는 아동·장애인을 보육기관·교육기관에 데려주거나 데려오는 행위
- 의료기관·보건소에서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진료받는 행위
- 의료기관 등에서 요양 중인 돌봄 필요 가족을 돌보는 행위
- 위 행위에 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일상생활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행위
예컨대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생필품을 사다가 다친 경우라면 이 예외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마트 방문이라는 이름만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구입 목적과 경로·시간 등 구체적인 사정을 확인합니다.
세 유형을 관통하는 열쇠, ‘상당인과관계’
세 유형을 모두 살펴보셨다면, 한 가지 표현이 계속 등장한다는 걸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바로 상당인과관계입니다. 제37조 제1항은 세 유형을 열거한 뒤 단서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상당인과관계는 단순히 업무시간 전후에 재해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과 자료를 종합할 때 업무가 재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합니다.
어떤 유형에 형식적으로 들어맞더라도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이 관계가 없으면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질병 사건에서 인과관계는 원칙적으로 이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취업 당시 건강상태, 업무 내용·기간, 발병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고 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렇다면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무엇일까요. 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은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식 자리에서 다쳤는데, 업무상 재해가 될까요?
점심·휴게 시간에 다친 경우도 인정되나요?
출퇴근길에 마트에 들렀다 다치면 인정이 안 되나요?
업무 중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무조건 산재가 아닌가요?
내 상황의 원인과 경위부터 정리해 보세요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 사고·업무상 질병·출퇴근 재해’라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발생 속도나 사고 장소만으로 가르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경위를 먼저 분류하고, 각 유형의 세부 요건과 상당인과관계를 차례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큰 틀을 잡아 두면 내 상황이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 어떤 사실과 자료를 남겨야 할지 가늠하기 쉬워집니다.
다만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거나, 회식·출퇴근 일탈처럼 경계가 애매한 사안, 또는 한 번 불승인을 받은 뒤의 대응을 고민하시는 단계라면, 판단이 까다로워지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혼자 무리하게 끌고 가기보다 노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고려해 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 글이 그 갈피를 잡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댓글 0
모든 댓글은 운영자 승인 후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