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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자리 사고, 법원은 어디까지 산재로 봤을까노래방 2차에서, 만취한 귀갓길에서 사고가 났다면 산재가 될까요. 결론이 갈린 대법원 판례로 회식 사고의 경계를 정리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사고가 나면 누구나 같은 질문 앞에 섭니다. 그 자리는 퇴근 후의 놀이였을까요, 업무의 연장이었을까요. 술잔이 오가고 노래방까지 이어진 저녁을 “업무”라고 부르기는 어색하지만,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 어려웠던 자리라면 “놀이”라고 부르기도 억울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술자리라는 이유만으로 산재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회식의 주최·목적·참가 범위·강제성·운영·비용을 종합해 회사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는지, 과음과 사고가 그 회식의 통상적인 흐름과 연결되는지를 봅니다. 업무상 재해의 큰 틀(사고·질병·출퇴근 세 유형)은 아래 글에서 정리해 드렸고, 이 글은 그중 가장 다툼이 잦은 회식과 행사에서 실제 대법원 판단이 어떻게 갈렸는지를 보겠습니다.

함께 읽기 · 산재기초업무상 재해란? 산재로 인정되는 세 가지 유형일하다 생긴 사고와 질병, 출퇴근길 사고까지. 산재로 인정되는 '업무상 재해' 세 갈래의 기준…
Contents 목차 07 SECTIONS
  1. 01 법이 정한 출발점: 회식도 ‘행사’가 될 수 있다
  2. 02 인정된 사건: 품평회를 총괄한 팀장의 마지막 퇴근
  3. 03 같은 2차 회식, 같은 만취, 갈린 결론
  4. 04 경계를 가르는 질문들
  5. 05 사고가 났다면, 기록이 그 자리의 성격을 증명합니다
  6. 06 자주 묻는 질문
  7. 07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법이 정한 출발점: 회식도 ‘행사’가 될 수 있다

법은 업무상 사고의 하나로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회식과 워크숍, 야유회가 모두 이 ‘행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라목

시행령은 한 걸음 더 들어가, 행사 참가가 사회통념상 노무관리나 사업운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다음에 해당하면 업무상 사고로 본다고 정합니다(시행령 제30조).

  • 행사에 참가한 시간을 근무한 시간으로 인정하는 경우
  •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행사 참가를 지시한 경우
  • 사전에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 행사에 참가한 경우
  •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행사에 참가한 경우

다만 법인카드 한 장이나 상사의 참석 하나가 결론을 자동으로 정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 인원과 강제성, 운영 방법, 비용 부담 등을 종합해서, 사회통념상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는지, 그리고 근로자가 그 자리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는지를 봅니다. 음주 사고라면 업무와 과음, 과음과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따로 확인합니다.

인정된 사건: 품평회를 총괄한 팀장의 마지막 퇴근

2020년 3월 대법원이 선고한 사건이 이 판단 틀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대법원 2018두35391).

재해자는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안전관리팀장이었습니다. 2016년 4월, 자신이 준비부터 진행까지 총괄한 견본세대(목업) 품평회가 열렸고, 행사가 끝난 저녁 문화행사에 이어 1차 회식, 2차 노래방 회식이 이어졌습니다. 비용은 모두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됐습니다. 2차 회식이 끝난 뒤 평소처럼 대중교통으로 귀가하던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부딪혀 사망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항소심 법원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봤지만,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며 판결을 뒤집어 돌려보냈습니다. 논리를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1. 1
    그 회식은 누구의 자리였나자신이 총괄한 회사 행사의 마무리 자리였고, 비용도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됐습니다. 전반적인 과정이 회사의 지배와 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사정입니다
  2. 2
    2차 노래방까지도 회식인가몇 차인지 하나로 정하지 않습니다. 같은 목적·참석자·주재 아래 자연스럽게 이어졌는지, 일부만 남은 사적 모임으로 성격이 바뀌었는지를 봅니다
  3. 3
    귀가 중 사고인데도?회식을 마치고 평소의 경로와 방법대로 귀가하던 중이었다면,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같은 2차 회식, 같은 만취, 갈린 결론

그렇다면 경계선은 어디일까요. “몇 차까지 갔느냐”가 아닙니다. 대법원의 두 판결을 나란히 놓으면 진짜 기준이 보입니다. 둘 다 2차까지 이어진 회식이었고, 둘 다 재해자가 만취 상태였습니다.


인정: 바이어 접대 회식 (2008)
  • 중국 바이어 접대를 겸한 회식, 1차 식당에 이어 2차까지 계속된 술자리
  • 만취 상태로 귀가하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에 부딪혀 머리를 크게 다침
  • 접대라는 업무 성격이 짙은 자리였고, 그 자리의 과음이 사고의 주된 원인
  • 판단: 업무상 재해 인정 (대법원 2008두9812)

불인정: 노래방 창문 추락 (2015)
  • 부서 회식 1차 음식점, 2차 노래연습장까지 참석
  • 만취 상태로 화장실을 찾다가 창문 밖으로 추락해 골반 등을 크게 다침
  • 사업주가 음주를 강요하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주량을 크게 넘겨 마신 것이 주된 원인, 사고 경위도 통상적인 위험 범위 밖
  • 판단: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인정했던 원심을 파기 (대법원 2013두25276)

두 사건에서는 술자리의 업무 성격, 사용자의 권유·강요 여부와 다른 참석자의 음주량을 포함한 과음의 경위,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사고가 이어진 경로가 함께 결론을 갈랐습니다. 술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을 막지 않지만, 회사가 관리한 회식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과음 뒤의 모든 사고가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업무와 과음,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사건별로 판단합니다.

경계를 가르는 질문들

세 판결을 관통하는 판단 요소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내 상황을 가늠할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시면 됩니다.

자리의 성격
누가 마련했고 비용은 누가 냈나(법인카드, 회사 지원 여부), 목적이 행사 마무리·접대 같은 업무인가 순수 친목인가
참석의 강제성
전원 참석 공지나 상사의 참석 요구가 있었나, 사실상 빠지기 어려운 자리였나
이어짐의 자연스러움
2차·3차가 1차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나, 일부만 남아 사적인 자리로 성격이 바뀌었나
과음의 경위
자리의 분위기와 권유 속에 마셨나, 만류에도 자발적으로 주량을 크게 넘겼나
사고의 모양
귀갓길 사고처럼 통상적인 위험 안에 있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일어났나

사고가 났다면, 기록이 그 자리의 성격을 증명합니다

위 질문들은 결국 사실관계 다툼입니다. 그래서 회식 사고는 기록 싸움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회식을 알린 단체 메시지나 공지, 법인카드 결제 내역, 참석자 범위, 사고 시각과 장소가 남는 자료(블랙박스,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등)가 “그 자리가 회사의 자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료가 됩니다.

사실 저는 병원 원무과에서 산재 접수 업무를 맡고 있는데, 회식 자리 사고로 입원하신 분이나 가족분들이 “술자리에서 다친 건데 산재가 되겠어요?”라며 신청 자체를 망설이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위 판결들이 보여주듯 술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이 닫히는 것은 아니니, 지레 접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글에서 본 사건들은 법원까지 가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다툰 사례입니다. 판례의 한 요소만 같다고 같은 결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리의 성격과 과음의 경위를 두고 다툼이 예상되거나 이미 불승인을 받았다면, 불복 절차에서 전문가와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선택지가 됩니다. 불복의 구조는 산재 불승인 받았다면, 불복 경로와 90일 기한부터 살펴보세요에서 다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퇴근 후 동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인 술자리에서 다쳐도 산재가 되나요?
회사가 마련하지도, 비용을 대지도, 참석을 요구하지도 않은 순수한 친목 자리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인정받기 어려워 산재로 이어지기 힘든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명칭이 아니라 실질이 기준입니다. 부서장이 주재하고 회사 비용으로 치러진 자리라면 이름이 무엇이든 회식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워크숍이나 야유회에서 다친 것도 같은 기준인가요?
같은 틀입니다. 시행령이 운동경기·야유회·등산대회 등을 명시하고 있고, 참가 시간의 근무 인정, 참가 지시, 사전 승인 같은 요건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공식 일정이 끝난 뒤의 자유시간에 사적으로 한 활동은 행사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회식에서 마신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요?
법은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를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습니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모든 교통법규 위반이 자동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면 회식 자체가 업무상 행사였더라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사고 원인과 운전 경위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가다 다쳤는데, 행사 중 사고인가요 출퇴근 재해인가요?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행사 중 사고와 출퇴근 재해의 법리를 검토합니다. 회사의 지배·관리 아래 있던 회식 뒤 순리적인 경로로 귀가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한 판결이 있고(이 글의 2018두35391), 주거와 취업 관련 장소 사이의 통상적인 경로·방법이라면 출퇴근 재해 요건도 문제 됩니다. 청구인이 마음대로 하나를 선택해 결론을 정하는 구조는 아니며, 공단이 회식의 성격과 출발지·목적지·경로를 살핍니다. 출퇴근 쪽의 경계는 출퇴근 판례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회식은 놀이와 업무의 모습이 섞여 있어 사고가 나면 “놀다가 다친 것”이라는 시선까지 걱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법원은 명칭이나 술잔의 존재만 보지 않고 그 자리의 실질과 사고까지의 경로를 봅니다. 회사가 주관한 자리였다는 자료와 과음·사고 경위를 함께 확보한 뒤 판단받아야 하며, 술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 가능성까지 미리 접을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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