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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경유·이탈,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마트에 들르고, 아이를 맡기고, 새벽 출근길에 나서는 보통의 퇴근길이 산재의 경계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 실제 사례로 정리했습니다

퇴근길은 지도 위의 직선이 아닙니다.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약국에 들렀다가 집으로 갑니다. 2018년부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오가는 출퇴근 사고도 산재로 인정되지만, 바로 이 “들르는 일”들 때문에 실제 사건에서는 인정과 불인정이 갈립니다.

출퇴근 재해의 기본 구조(두 갈래 유형,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 일탈·중단의 예외 사유 일곱 가지)는 아래 글에서 정리해 드렸습니다. 이 글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원칙이 아니라 경계에 선 실제 사건들에서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보겠습니다.

함께 읽기 · 산재기초출퇴근 재해, 어디까지 산재로 인정될까?집과 일터를 오가다 난 사고는 어디까지 산재가 될까요. 두 종류의 출퇴근 재해와 '통상적인 경…

사건을 보기 전에, 판단의 틀이 되는 법 조문 하나만 짚고 가겠습니다.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3항

원칙은 “벗어나면 보호가 끊긴다”, 예외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라면 이어진다”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사건에서 무엇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 인정받고, 무엇이 아니었을까요.

Contents 목차 06 SECTIONS
  1. 01 인정된 사건: 새벽 조기출근과 두 아이의 아빠
  2. 02 불인정으로 기우는 경우: 목적이 사적일 때
  3. 03 애초에 일탈로 보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4. 04 경계에 선 사건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5. 05 자주 묻는 질문
  6. 06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인정된 사건: 새벽 조기출근과 두 아이의 아빠

2026년 1월, 서울행정법원이 선고한 사건 하나가 이 주제의 최근 판단을 잘 보여줍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4242).

재해자는 지방의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하던 분입니다. 회사가 현장 근처에 기숙사를 제공했지만, 주 3~4회는 다른 지역의 자택으로 퇴근해 어린 두 아이를 돌봤습니다. 사고가 난 날도 퇴근 후 자택에서 아이들을 돌본 뒤, 다음 날 새벽 5시 조기출근을 위해 전날 밤에 자택을 나서 기숙사로 향하다가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공단은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판결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세 가지가 눈에 띕니다.

  1. 1
    실질적인 주거는 어디인가가족이 생활하는 자택이 주된 주거이고, 회사 기숙사는 조기출근 편의를 위해 제공된 숙소라고 봤습니다
  2. 2
    앞선 퇴근은 어디서 끝났나현장에서 자택까지 이동해 도착한 순간 그날의 퇴근은 끝났습니다. 자택 체류를 기숙사로 가는 퇴근길의 일탈로 보지 않았습니다
  3. 3
    전날 밤 이동은 무엇인가새벽 5시 출근을 위해 전날 밤 자택에서 기숙사 쪽으로 출발한 이동을 다음 날 근무를 위한 출근으로 봤습니다. 법원은 약 1시간 30분의 거리와 근무시각을 고려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여기에 예비적 판단도 덧붙였습니다. 설령 자택에서 한 육아와 가사를 일탈·중단으로 보더라도, 당시 배우자의 허리 치료와 생후 37개월·23개월 자녀의 돌봄 사정을 고려하면 시행령 제35조 제2항 제7호의 ‘이에 준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집에서 육아나 가사를 하면 언제나 예외”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주된 판단은 자택에서 앞선 퇴근이 끝났고, 사고 당시에는 조기출근을 위한 새로운 이동이 시작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육아·가사에 관한 판단도 이 가족의 구체적인 사정을 전제로 합니다. 현재 공개된 판결은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단이므로, 다른 사건에서는 주거의 실질, 평소 이동 방식, 근무시각과 돌봄 필요성을 다시 따져야 합니다.

불인정으로 기우는 경우: 목적이 사적일 때

반대편의 사례도 봐야 균형이 맞습니다. 공단 업무처리지침과 법원 판단에서 불인정 쪽으로 분류된 전형은 이런 경우입니다.

주의
퇴근길에 친구와 술을 마시기 위해 이동하거나 머문 경우는 사적인 일탈·중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단 지침은 이런 경우 통상 경로로 돌아온 뒤의 이동 중 사고도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법원도 집과 반대 방향의 회사 지원 체력단련시설에 들른 사건에서, 선택적인 건강관리·취미 활동이고 이동거리와 시간이 크게 늘었다는 이유로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앞의 판결과 나란히 놓고 보면 경계선이 보입니다. 생필품 구입, 보육기관 등하원, 진료처럼 시행령이 열거한 행위와 이에 준하는 필요행위는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술자리나 선택적인 취미 활동은 그 목록에 든다는 이유가 없고 출퇴근 목적과도 멀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들르는 일”이어도 목적, 장소, 이동거리와 시간, 업무·출퇴근과의 관련성을 함께 봅니다.

애초에 일탈로 보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모든 멈춤이 일탈·중단인 것도 아닙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출퇴근 재해 업무처리지침은 출퇴근 중에 흔히 일어나는 잠깐의 경미한 행위는 아예 일탈·중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 출근길에 커피나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정도의 잠깐의 들름
  • 차량 주유, 신문 구입 같은 이동에 따르는 짧은 용무
  • 화장실 이용 등 생리현상의 해결
  • 소나기를 잠시 피하는 행위

공단 지침은 통상적인 경로에서 이뤄지는 통상 30분 내외의 경미한 행위를 예로 들지만, 법에 ’30분이면 자동 인정’이라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목적과 장소, 실제 머문 시간 등 구체적인 사정을 함께 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퇴근길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는 행위는 시행령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 구입’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018년 개정 취지도 이 예외에 해당하면 장을 보는 중의 사고와 그 후 이동 중 사고까지 출퇴근 재해로 보도록 보호 범위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경계에 선 사건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사례들을 관통하는 판단 요소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행위의 목적
시행령이 정한 생활필요행위인가(생필품 구입·보육기관 등하원·진료 등), 사적인 선택인가(술자리·취미 활동 등)
이탈의 정도
경로에서 얼마나, 얼마 동안 벗어났는가. 통상 경로의 잠깐이고 경미한 행위는 일탈·중단 자체가 아닐 수 있음
생활의 실제 모양
주거가 어디인지, 왜 그 시간에 이동했는지를 그 사람의 근무·가족 사정으로 판단
입증 자료
사고 지점과 시간, 들른 목적을 보여주는 기록 (내비게이션·블랙박스·카드 사용 내역 등)

출퇴근 사고는 사업장 밖에서 일어나는 만큼, 결국 “그때 어디를 왜 지나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 됩니다. 사고 직후의 진술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으므로, 경위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로나 목적을 두고 다툼이 예상되는 사안, 특히 이 글의 판결처럼 공단 단계에서 불인정된 사안이라면 불복 절차에서 전문가와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선택지가 됩니다. 불복의 구조는 산재 불승인 받았다면, 불복 경로와 90일 기한부터 살펴보세요에서 다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퇴근길에 평소와 다른 길로 갔다가 사고가 났으면 무조건 안 되나요?
아닙니다. 통상적인 경로는 최단거리 하나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공사나 정체를 피한 합리적인 우회는 통상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보육기관에 아이를 데려주거나 데려오는 행위는 통상 경로인지와 별개로 시행령이 정한 일탈·중단의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다른 길을 택한 목적과 거리·시간을 함께 봅니다.
회사 회식이 끝나고 귀가하다 다친 것도 출퇴근 재해인가요?
사업주가 주관한 공식 회식이라면 회식 자체가 행사 중 사고로 다뤄질 수 있고, 그 후의 귀가도 사안에 따라 보호될 수 있습니다. 반면 동료끼리의 사적인 술자리는 중단에 해당해 그 후의 귀가까지 보호가 끊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같은 술자리여도 누가 왜 마련한 자리였는지가 중요합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다 난 사고는요?
사실상 보호하는 아동을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에 데려다주거나 데려오는 행위는 시행령이 명시한 예외 사유입니다. 그로 인해 경로를 벗어났더라도 출퇴근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1심 판결은 배우자의 치료와 두 영유아의 돌봄이라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 자택에서의 육아·가사도 이에 준할 수 있다고 예비적으로 판단한 사례입니다.
출퇴근 사고를 당하면 무엇부터 챙겨야 하나요?
치료가 먼저고, 그 다음은 기록입니다. 사고 지점과 시간이 남는 자료(블랙박스, 내비게이션 기록,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들렀던 곳이 있다면 그 목적을 보여주는 자료(카드 내역 등)를 확보해 두면 통상적인 출퇴근이었음을 보여주기 수월해집니다. 신청 절차 자체는 일반 산재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출퇴근 재해 제도는 2016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014헌바254)과 뒤이은 법 개정으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의 출퇴근까지 보호하게 됐습니다. 다만 모든 경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퇴근길 마트나 보육기관 경유를 보호 밖이라고 지레 단정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한 사건의 1심 판결만으로 육아·가사 전부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사고 당시의 경로와 목적, 시간, 평소 생활관계를 기록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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