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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산재, 집에서 쓰러졌는데 인정될까요?퇴근 후 집에서 쓰러진 분이 인정되고 일터의 차 안에서 발견된 분이 불인정된 자리를, 공개된 판정서로 짚어보겠습니다

병원 원무과에서 산재 서류를 다루다 보면, 심근경색은 늘 뒤늦게 도착합니다. 본인이 창구에 오시는 일은 드물고, 며칠 뒤 유족분들이 의무기록과 사망진단서를 떼러 오시지요. 그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두 가지입니다. “회사에서 쓰러진 것도 아닌데 산재가 되나요?” 그리고 “원래 혈압약을 드셨는데, 그럼 안 되는 거죠?”

공개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서를 읽어보면 두 질문 모두 답이 짐작과 다릅니다. 퇴근 후 집 화장실에서 쓰러져 돌아가신 분이 인정됐고, 일터의 덤프트럭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분은 불인정됐습니다. 삼십 년을 하루 한 갑씩 피우신 분이 인정된 판정도 있습니다.

이 글은 심근경색 판정서 다섯 건을 나란히 놓고, 결과가 실제로 어디서 갈렸는지만 봅니다. 뇌심혈관 질환의 인정 기준 전반과 과로의 세 유형은 아래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함께 읽기 · 업무상 질병뇌심혈관 질환 산재 인정, 과로는 어떻게 증명할까근무시간이 더 긴 사람이 불인정되기도 합니다. 뇌심혈관 산재를 가르는 것은 시간의 많고 적음…
Contents 목차 07 SECTIONS
  1. 01 판정서는 두 번 걸러집니다
  2. 02 흔한 오해 세 가지부터 걷어내면
  3. 03 흡연 삼십 년, 그래도 인정된 이유
  4. 04 숫자상 30%를 넘고도 진 사건
  5. 05 그래서 준비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6. 06 자주 묻는 질문
  7. 07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판정서는 두 번 걸러집니다

심근경색 사건의 판정서는 구조가 거의 같습니다. 먼저 신청한 상병 또는 사인이 의학적으로 확인되는지를 보고, 그다음에 그것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가 업무상 질병을 정하면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달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유족분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첫 번째 관문은, 실제 판정서를 보면 생각보다 조용히 지나갑니다. 부검을 하지 않은 사건에서도 위원회는 “부검을 실시하지는 않았으나 병원의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 급성심근경색의 소견이며, 관련 자료를 검토한 우리 위원회의 소견 또한 이와 같다”고 적고 넘어갔습니다(사건번호 540020200000384). 시체검안서에 “급성심근경색(추정)”이라고 적힌 사건에서도 사인 자체는 인정됐습니다(사건번호 740020200000753).

갈리는 곳은 거의 언제나 두 번째 관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위원회가 펼쳐 보는 것은 발병 전 12주의 근무 기록입니다.

흔한 오해 세 가지부터 걷어내면

오해회사에서 쓰러진 게 아니면 산재가 아니다
사실퇴근 후 집 화장실에서 쓰러져 돌아가신 분이 인정된 판정이 있습니다
오해일터에서 쓰러졌으니 당연히 인정된다
사실일터의 차량 안에서 발견됐지만 불인정된 판정도 있습니다
오해원래 심장이 안 좋았으면 안 된다
사실이미 심장 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던 분이 다시 인정된 판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부터 보겠습니다. 도로 차선 도색과 교통안전시설 설치 일을 하시던 분이 토요일 퇴근 후 집에서 저녁을 드시고, 잠자리에 들기 전 세면을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쓰러진 채 발견되어 돌아가셨습니다. 발병 장소만 보면 업무와 아무 접점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위원회가 확인한 근무 기록은 이랬습니다.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5시간 53분,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6시간 40분, 12주 동안 월 평균 휴일 2.3일. 여기에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 위에서 작업하는 긴장과 육체적 강도가 더해져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됐습니다(사건번호 540020200000384).

이분은 2015년에 이미 이형성 심근경색으로 산재 승인을 받아 요양했고 장해 9급 판정까지 받은 이력이 있었습니다. 심장 질환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을 막지 못했습니다.

반대쪽은 이렇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덤프트럭으로 토사를 나르시던 분이 차량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일하던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결과는 불인정이었습니다.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24시간 20분으로 조사됐고, 업무량이 평소보다 늘어난 사실도, 돌발 상황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사건번호 240020190002271).

쓰러진 곳이 어디였는지는 판정문 어디에도 판단 근거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심근경색은 원래 잠자리, 화장실, 휴일의 아침처럼 근무 시간 밖에서 터지는 일이 흔한 병이고, 위원회도 그것을 전제로 앞의 12주를 봅니다.

흡연 삼십 년, 그래도 인정된 이유

개인 위험인자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유족분들이 “담배를 오래 피우셔서 안 될 것 같다”며 미리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판정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적히지 않습니다. 같은 급성심근경색 사망 사건 두 건을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인정: 택배 기사 (2020)
  • 하루 한 갑씩 약 30년 흡연, 건강검진상 혈당 증가와 동맥경화 가능성 소견
  • 발병 전 12주 1주 평균 61시간 39분, 4주 1주 평균 63시간 2분
  •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라는 가중요인 확인
  • 코로나로 배송량이 늘어난 사정이 함께 고려됨
  • 발병일은 휴무일이었으나 인정 (사건번호 340020200002944)

불인정: 발전 설비 정비 (2020)
  • 만 40세, 하루 15개비 흡연, 건강검진상 고혈압·당뇨 의심에 뇌심혈관 고위험군
  • 발병 전 12주 1주 평균 44시간 30분, 4주 1주 평균 49시간 10분
  • 만성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가중요인도 확인되지 않음
  • 출근 직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으로 가던 중 발병 (사건번호 740020200000753)

두 분 모두 흡연자였고, 두 분 모두 건강검진에서 위험 소견을 받았습니다. 결과를 가른 것은 그 옆에 놓인 근무 기록이었습니다. 인정된 사건에서 위원회는 개인 요인을 지우지 않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발병 원인은 혈당 및 콜레스테롤 증가 등 발병 위험성이 높은 상태에서
“장시간 근로 및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코로나로 인한 배송량 증가 등의 업무적 요인이
신청 상병의 발병 및 악화에 기여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서(2020), 사건번호 340020200002944

읽어야 할 대목은 기여라는 단어입니다. 개인 위험인자가 있다는 사실은 탈락 사유가 아니라, 그 위에 업무가 무엇을 얹었는지를 묻는 출발점이 됩니다. 반대로 불인정된 사건의 결론은 “업무상 요인이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고위험군인 재해자가 흡연 등 개인적인 소인으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심장에 무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였습니다. 업무 쪽 칸이 비어 있으면 남은 것이 개인 요인뿐이라, 그것이 유일한 설명이 되어 버립니다.

시행령이 정한 단서도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향에서 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제1호는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심근경색증, 해리성 대동맥류를 대상 질병으로 정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병한 경우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를 붙여 두었습니다. 다투는 지점은 병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경과보다 일이 그것을 얼마나 앞당겼느냐입니다.

숫자상 30%를 넘고도 진 사건

이 글에서 가장 눈여겨보실 만한 판정은 방금 불인정으로 나온 그 사건입니다. 이분은 단기 과로의 수치 기준 하나를 넘었습니다.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는 단기 과로를 판단할 때 발병 전 1주일의 업무량이나 시간이 그 1주를 제외한 이전 12주의 주 평균보다 30퍼센트 이상 늘었는지를 봅니다. 이 2020년 판정서에 적힌 비교값은 발병 전 1주 60시간 19분, 조사된 나머지 11주의 주 평균 43시간 4분이었습니다. 계산하면 30퍼센트를 훌쩍 넘고 위원회도 증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통상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병 전일 기동대기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시간이 30%이상 증가하였는데
“기동대기의 업무형태가 주로 감시업무로서 업무부담은 높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어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의 가중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였다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서(2020), 사건번호 740020200000753

늘어난 시간의 정체가 설비를 지켜보는 대기 업무였다는 점이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시간은 늘었지만 심장에 얹힌 부담은 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정반대 방향의 판정도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 일을 하시던 분은 발병 전 12주 1주 평균 업무시간이 약 56시간으로,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는 60시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인정됐습니다. 24시간 격일제 교대 근무가 고시가 정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사건번호 540020200000572).

두 사건을 겹쳐 놓으면 시간 기준의 성격이 보입니다. 고시의 60시간과 52시간은 통과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 아니고, 못 넘겼다고 닫히는 문도 아닙니다. 넘어도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했는지를 묻고, 못 넘겨도 같은 것을 묻습니다. 시간 기준과 가중요인 일곱 가지의 자세한 내용은 뇌심혈관 질환 산재 인정, 과로는 어떻게 증명할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준비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다섯 건을 지나오면 준비할 것이 자연스럽게 두 갈래로 정리됩니다. 하나는 발병 전 12주의 근무시간을 숫자로 세울 수 있는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그 시간에 몸과 마음에 무엇이 얹혔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앞의 것만 있으면 60시간을 넘겨도 대기 업무로 읽힐 수 있고, 뒤의 것이 함께 있으면 56시간으로도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인정된 판정서들을 보면 그 두 번째 자료가 대단한 문서가 아닙니다. 현장작업일지, 팀장 진술, 하루에 다룬 물량, 교대 근무표, 배송량이 늘어난 기간의 기록처럼 회사와 현장에 흩어져 있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대부분 회사 쪽에 있고, 사망 사건에서는 그 자료를 요청할 사람이 유족뿐이라는 점입니다.

병원 원무과에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의무기록과 영상, 사망진단서를 갖춰 공단에 보내는 데까지입니다. 그런데 심근경색 사건에서 승패를 가르는 근무 자료는 병원에 없습니다. 유족분들이 장례를 치르는 사이에 회사의 기록은 정리되고, 함께 일하던 분들의 기억도 흐려집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기록을 모으는 순서와 요청할 대상을 정하는 일이 초반에 몰려 있는 편입니다. 개인 위험인자가 뚜렷하거나 근무시간이 애매한 구간에 걸쳐 있다면, 신청 전에 노무사 등 전문가와 입증 방향을 함께 짜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집에서 자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도 산재 신청이 되나요?
신청은 가능하고, 실제로 근무 시간 밖에서 발병한 사건이 인정된 판정 사례가 있습니다. 퇴근 후 자택에서 쓰러져 돌아가신 사건, 발병일이 휴무일이었던 사건이 모두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 심근경색은 근무 중이 아닌 시간에 발병하는 경우가 흔한 질병이라, 판정위원회는 쓰러진 장소보다 발병 전 12주의 업무 상황을 살핍니다. 다만 결과는 근무 기록과 업무 내용에 따라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부검을 하지 않았는데 사인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공개된 판정서를 보면 부검을 하지 않은 사건에서도 병원의 사망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근거로 사인이 인정된 예가 있고, 시체검안서에 ‘추정’으로 적힌 사건에서도 사인 자체는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 사인 확인과 업무 관련성 판단은 별개의 단계여서, 사인이 인정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는 다시 심의됩니다.
담배를 오래 피우셨고 혈압도 높았습니다. 불리하기만 한가요?
개인 위험인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하루 한 갑씩 약 30년 흡연하고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 가능성 소견을 받은 분이 장시간 근로와 육체적 강도를 인정받아 산재로 인정된 판정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업무 쪽 부담이 확인되지 않으면 개인 요인이 발병의 유일한 설명으로 남기 쉬우므로, 과거 이력을 감추기보다 근무 기록을 함께 갖추는 쪽이 낫습니다.
발병 직전 한 주에만 일이 몰렸는데 인정될까요?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1주일의 업무량이나 시간이 그 1주를 제외한 이전 12주의 주 평균보다 30퍼센트 이상 늘었는지를 단기 과로 판단 기준으로 둡니다. 다만 증가 사실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늘어난 업무가 주로 감시하는 대기 업무여서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본 판정 사례가 있으므로, 늘어난 시간에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심근경색 판정서를 여러 건 읽고 나면 남는 인상이 있습니다. 위원회는 쓰러진 그 순간을 재현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앞으로 12주를 되감아 근무표와 작업일지를 펼쳐 놓고, 이 사람의 심장에 무엇이 얹혀 있었는지를 읽습니다.

그래서 유족분들이 가장 먼저 하실 일은 병원 서류가 아니라 달력을 되짚는 일에 가깝습니다. 최근 석 달 동안 며칠을 쉬셨는지, 밤에 일한 날이 며칠이었는지, 갑자기 물량이 늘어난 시기가 있었는지. 흩어지기 전에 적어두신 그 몇 줄이, 나중에 판정위원회 책상 위에서는 가장 큰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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